
거품
1920년대 미국은 겉으로 보기엔 찬란한 번영의 시기였다. 대규모 산업화, 자동차와 전기 확산, 주식시장의 활황 등 겉으로는 '황금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제의 내면에서는 심각한 불균형이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특히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채가 증가하면서 자산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더욱 부유해졌다고 착각하게 되었다.
💰 "빚을 내서 투자하면 부자가 된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더욱 빠르게 상승했다. 금융기관은 점점 더 느슨한 조건으로 대출을 내줬고, 사람들은 미래 소득을 담보로 현재를 소비했다.
이러한 순환은 부채와 자산 가격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자기 강화적 사이클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상승세는 무한히 지속될 수 없다. 결국 1929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이른바 '대공황'의 문이 열렸다.
📉 과도한 신용 확대와 규제 부재는 결국 치명적인 붕괴로 이어졌다. 금융 시스템은 불안정했고, 가격만 상승했을 뿐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구도 그 끝을 예상하지 못한 채, 경제는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었다.
침체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득이 줄어들자, 이전에 빚을 내 소비했던 가계와 기업들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채는 사라지지 않는다.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빚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이로 인해 신용 경색이 본격화되고, 실물 경제 전반이 얼어붙었다.
🏦 은행은 연쇄적으로 부실화되었고, 시민들은 예금을 인출하면서 대규모 뱅크런(bank run)이 발생했다. 금리를 낮추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이미 바닥을 쳤고, 더 이상 금리 인하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당시 미국은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 공급의 유연성도 제한적이었다.
😔 "누군가의 소비는 곧 누군가의 소득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 주체가 동시에 소비를 줄이자, 기업의 매출은 줄고 고용이 감소하며,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실업률은 하늘을 찔렀고, 사회 불안도 함께 증폭되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경기 하강이 아니라 신용 시스템 자체가 멈춰버린 것이었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중단했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포기했다. 돈이 돌지 않는 경제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효과가 없었다.
전환
이처럼 심각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부채를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었다. 이는 경제 전체의 신용 시스템을 다시 정상화하고, 소득과 부채 간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필요로 했다. 이를 레이 달리오는‘아름다운 디레버리징(Beautiful Deleveraging)’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정책 수단이 조합되어 사용되었다:
- 긴축정책 – 정부와 민간 부문의 소비를 줄여 균형을 맞추는 방식
- 부채 탕감 및 구조조정 – 빚을 감면하거나 재조정하여 상환 부담을 줄임
- 통화 공급 확대 – 중앙은행이 자산을 매입하거나 유동성을 직접 공급
- 소득 및 자산의 재분배 – 부유한 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자금 이동
🌈 이러한 조합은 단기간의 고통을 동반했지만, 점차적으로 신용 회복과 수요 증가, 고용 회복, 자산 가격 반등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의 대규모 투자와 복지 확대는 소득을 하층으로 확산시켜 전체 수요를 견인했다.
또한 금본위제를 폐지함으로써 중앙은행은 자율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었고, 이는 위기 대응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소득은 다시 상승세를 보였고, 부채 비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경제는 정상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교훈
📚 1929년 대공황은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닌, 경제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시기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 빚은 결국 갚아야 한다. 소득보다 빠른 부채 성장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 버블은 항상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 신용과 금융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지면, 단기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 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의 결단과 다양한 정책의 조화이다.
⚠️ "문제는 부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구조적인 인식과 체계적인 대응이 없다면, 과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대공황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반복될 수 있는 경제 메커니즘의 일면이다. 우리가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단지 흥미로운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