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성
현대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 생존의 조건은 단순한 경제 성장이 아니다. 안보, 자율성, 그리고 전략적 선택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특히 동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은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진영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5년 4월 9일 미국은 중국에 대해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주변국들에게는 90일간의 관세 유예라는 파격적 조치를 취하였다. 이 조치는 단순한 경제적 제스처가 아니다. 이는 중국을 고립시키고, 주변국들을 미국 진영에 유도하려는 정밀한 포위 전략이다. 이는 단기적인 무역 갈등이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적 충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이 전략에 가담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략적 자율성’의 확보다. 중국이 군사적·경제적 패권을 강화할수록, 한국은 더욱 종속될 수밖에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선제적인 진영 선택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국가 리스크를 줄이는 유일한 해법이다. 게다가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 반지성적 문화 공세, 자국중심의 외교 전략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포위 전략에 동참하는 것은 단순한 미국 편들기가 아니라, 한국의 체제 정체성을 지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는 동시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 자리 잡고,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능동적 협조
한국이 중국 포위 전략에 참여하는 방식은 단순히 미국의 명령을 따르는 수동적 외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익 중심의 비대칭 전략, 즉 ‘능동적 협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국제 정치 속에서의 외교적 유연성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기술과 산업 디커플링이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과의 공급망을 줄이고, 미국 및 우방국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IPEF, 칩4, 경제안보대화 등 실질적 틀을 활용해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이 핵심 기술의 ‘제조 거점’이자 ‘표준 설정자’로 올라서기 위한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군사·정보 전략 협력이다. 한미일 안보축을 공고히 하면서도 독립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전자전, 인공위성 감시, 사이버 방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군사력의 질적 진화를 도모해야 하며, 나아가 나토식 정보 공유 체계를 통해 보다 정밀하고 지속적인 정보 협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분쟁 수역에서 해양 감시, 합동 훈련 등을 통해 전략적 존재감을 확보하고, 이 지역 내 국제 해상질서 수호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소프트 파워를 활용한 전선 확대다. 문화, 콘텐츠, 금융기술 등을 바탕으로 동남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는 외연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한류를 활용한 글로벌 플랫폼 구축과 K-콘텐츠, K-브랜드의 지역 확산을 통해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고,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적 가치 전파의 매개체로 삼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친중 정보세력에 대한 감시와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 안보의 새로운 전선인 '정보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대응책
중국 포위 전략에 참여할 경우 발생 가능한 가장 큰 위험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다. 과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당시 한국은 중국의 관광, 문화, 유통 보복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는 철저한 사전 대응으로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첫째,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유럽, 중동, 인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FTA 및 공급망 협력 확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실질적 해법이다. 특히 농산물, 철강, 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 대한 비축과 계약 다변화가 중요하다. 둘째, 내수 진작과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 R&D 지원과 탄력적 노동시장 구축은 내부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내수 생태계를 정착시킴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다. 셋째,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이는 단순히 재정지원이 아니라, 전략기획 수준에서 민관 공동의 산업 육성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며, 글로벌 펀드와의 연계, 기술 창업 인큐베이팅 강화 등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 안보와 사이버 대응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외부의 정보공작, 가짜뉴스, 내부 분열 조장을 방지하는 국가의 필수 안보 자산이다. 특히 SNS 플랫폼을 활용한 심리전, 경제정책에 대한 왜곡된 정보 확산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전 대응은 민간 협력도 필수적이며, 교육·언론·기술 기업과의 연계가 핵심이다. 중국은 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약한 고리를 노리는 데 매우 능숙하다. 따라서 정치적 결단과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연계 없이는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보복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방어가 아닌 '적극적 위기관리 전략'이며, 향후 한국이 주도적 역량을 확보하고 중간 강국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대응 전략은 단순히 방어가 아니라, 한국이 진정한 ‘중간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