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도입한 자동차 고율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 빅3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매출 감소와 공장 폐쇄, 인력 감축을 겪고 있으며, 미쓰비시·아우디·재규어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대미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차량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혼란, 동맹국 이탈 등 광범위한 경제적 파장을 낳고 있다.
자해의 관세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자동차 관세 정책은 전통적인 보호무역주의의 부활로 평가된다. 수입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이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간과한 결정이었다. 미국 빅3 기업들은 부품의 상당 부분을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관세는 오히려 자국 산업에 대한 공격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GM은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전기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500명을 감원했으며, 포드는 매출이 최대 7%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GM은 부품 관세로 인해 총 13%의 연간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부품 단가 상승 → 생산비 증가 → 소비자 가격 상승 → 수요 위축 → 매출 감소 → 구조조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를 회피하게 만들고, 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공장 신설이나 생산 확대 대신 생산량 축소와 정리해고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보호무역정책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 상황을 자초하는 자해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공급망 붕괴
현대 제조업은 국가 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공급망을 단선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오히려 미국 내 기업들이 운영 중인 해외 공장, 유통 경로, 생산라인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 내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캐나다, 멕시코 등 해외공장도 생산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미국 내 공장들도 부품 부족으로 생산 중단에 직면했다. 스텔란티스는 멕시코 톨루카와 캐나다 윈저 공장을 일시 폐쇄하고 900명을 감원했으며,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아우디,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미국 수출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무역조정이 아니라, 세계 무역질서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탓에 아예 수출을 포기했으며, 아우디는 항구에 도착한 차량을 유통시키지 않고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
또한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 대신 중국 시장으로 방향을 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 주도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과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관세가 역설적으로 중국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치의 경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자동차 관세는 그의 핵심 지지층인 제조업 노동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할 정도의 경제적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GM의 정리해고 발표 이후 캐나다 최대 노조인 유니포는 "관세로 인해 GM의 대규모 투자 철회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캐나다 경제 전반에 장기적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정책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은 있을지 몰라도, 미국 내 경제 구조에 장기적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미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일본 등은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 일관성을 해치고, 기업의 중장기적 투자 결정을 막으며, 결국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균형의 해법
그렇다면 이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보호무역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고립적인 관세 폭탄이 아니라, 다자주의 기반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선 강제적인 관세가 아니라, 세제 혜택·인프라 투자·규제 완화·인재 양성과 같은 구조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려면, 미국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과의 연합된 전략이 요구된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러한 국제적 연대보다는 ‘고립’을 택했고, 이는 자국 경제와 외교적 신뢰를 동시에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의 정책은 단기적 효과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고, 기업이 다시 장기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