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한국 외교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시그널이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대해 각각 25%, 24%라는 무차별 관세는 단순한 통상 조치를 넘어, 사실상 외교적 담판을 강요하는 강대국식 통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상원에서는 3월에 있었던 한중일 통상장관의 공동 입장을 두고 “충격적 장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기존의 이런 전략적 모호성에 머무를 경우 오히려 ‘방관’ 혹은 ‘우유부단’으로 간주되어 중장기적으로 외교적 공간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 현재의 국제 관계는 이익 중심이며, 특히 무정부적 구조를 지닌 국제 정치 환경에서는 자조(self-help)가 핵심 생존 전략이다. 실제로 국제 정치학자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는 국제 질서의 본질을 ‘무정부 상태에서의 경쟁’이라고 규정했으며, 여기서 생존을 위한 조건은 명확성과 일관성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분석은 한국 외교가 더 이상 타협적 언어와 회피성 중간자 전략에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전략의 구조와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외교 담판의 기본 조건이 된다.
선제적 담판전략
전략적 명확성을 기반으로 한 담판은 단순한 회의나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구조와 수치를 갖춘 실행계획으로 구성돼야 한다. 먼저 ‘전략 산업 교환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산 LNG의 장기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자국의 기술 및 에너지 기반을 미국 중심으로 재정렬할 수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공동 진출이 가능한 ‘한미 원자력 협력체’를 SMR(소형모듈원자로) 및 폐로 기술 중심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작용할 것이다. 조선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의 군함과 LNG선 수요에 대응하는 협력 플랫폼을 조성함으로써, 세계 조선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미 공동 브랜드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단절보다는 ‘전략적 거리 조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경제적 현실에 따라 중국과 협력했지만, 우리의 미래 파트너는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담판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한다. 기술, 에너지, 안보에서의 정렬이 미국과 함께 가는 것이 한국의 전략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확장은 안보 영역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산업, 기술, 에너지까지 포괄하는 ‘통합동맹’으로의 전환을 이번 담판에서 제안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효과적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선언이 아닌, 구조적 통합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교주체
외교는 선택이 아닌 구조다. 특히 중견국인 한국에게 외교는 생존을 위한 가장 결정적인 장치다.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에서 강대국의 행동이 ‘상대적 우위의 추구’에 기초한다고 설명하며, 약소국이 생존하려면 단지 질서에 적응하는 객체가 아니라 질서를 설계하는 주체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 논리에 따라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외교 주체화를 강화해야 한다. 첫째, 독자적 군사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이버 전력, 드론, 극초음속 무기 등 비대칭 전력뿐 아니라, 기존 재래식 무기의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해야 한다. 조선, 배터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 및 수출 기지를 구축하고, 중국 중심의 공급망은 점진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셋째, 글로벌 규범 제안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G7, 아세안+3, EAS 등에서 환경, 공급망, 기술 표준화 등의 주제를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어젠다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전략은 한국이 ‘현상유지자(status quo state)’가 아니라, 미래 질서 설계자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는다. 궁극적으로 전략적 명확성은 이런 외교 주체화의 출발점이며, 명확하고 단단한 담판 전략 위에서만 가능해진다.
공급망 전략 교차 비교
분야 | 기존 협력국 | 재정렬 방향 | 주요 전략 |
---|---|---|---|
에너지 | 중동, 러시아 | 미국 중심 | LNG 장기계약, 원자력 협력 |
반도체 | 중국 | 미국, EU | 해외 공장 건설, 공급망 다변화 |
조선산업 | 다국적 | 미국 공동 | 미국 군함 수요 대응 협력체계 |
안보기술 | 미국 | 강화 및 확대 | 사이버, 극초음속, 드론 개발 |